[테스팅 실무] 더 나은 버그 보고를 위한 테스터의 글쓰기 1편

2022년, 회사에 막내 신입이 입사했다. 교육 겸 기술문서를 한번 써보라고 해봤는데, 음?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랄까… 메신저 채팅도 아닌 게시판 댓글도 아닌, 뭐… 게임 채팅에서 올라올 거 같은 이상한 글쓰기였다. 첨삭해서 돌려보내고, 다시 작성을 요청했다. 그리고 다시 첨삭, 첨삭, 첨삭. 기술문서 한 개 작성하는데 최소 네다섯번의 첨삭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걸 보고 결국… (아직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아 아끼고 보듬어줘야 할 신입 사원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만 했다. 이게 고쳐지는데 거의 4주가 걸렸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 막내가 어느 정도 잘하고 있다. (가끔 칭찬 2호, 칭찬 3호도 발사되곤 한다.)

약 한 달을 첨삭지도 선생님이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사투를 벌이고 나서 필자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갔더니 비슷한 구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동안 커뮤니티 글들이야 뭐 그냥 의사소통만 되면 되니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회사 막내에게 일주일 넘게 첨삭지도를 하고 나니 그런 구조의 글들을 보자마자 짜증이 훅~~~ 올라왔다. 오랜만에 진심으로 올라온 ‘찐’ 짜증이었다. 필자 자신도 놀라 “나 아직 화가 많구나”하고 읊조렸다.

필자가 그들의 글을 흉내 낸답시고 써 보았다. 음, 사실, 잘 안된다. 이거 아닌 거 같다. 비슷하기만 하지 실제 그들의 글을 봤을 때의 충격이 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대충 요새 20대, 30대 초반 신입들이 쓰는 흔한 글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요새 이십대들과 삼십대 초반들이 글을
쓰는 방식은
지금 이 글과 같습니다.
문단 나누기가 전혀 안되죠.
평생을 ‘메신저 글쓰기’와
‘게임 채팅’을 해왔었던게
이유인거 같습니다.

그들의 글을 여러 개 보고 난 뒤 필자가 발견한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① 「맞춤법」이 엉망이다.
② 「문단 나누기」가 과목이 있다고 치면 F 학점 수준이다.
③ 상황과 문맥에 맞는 「적절한 단어 선택」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④ ‘본인이 많이 아는 것’과 ‘남에게 설명을 잘하는 것’은 다른 데 기술문서에 본인의 지식을 뽐내듯 나열한다. 근데 틀린게 많다.

기술적 내용들을 사실 대로 전달하는 테크니컬 라이팅(Technical Writing) 역량이 전반적으로 약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고 보였다. 커뮤니티의 어떤 친구는 “전 한글로 된 글은 읽지 않아요”라며 자신이 뭔가 굉장히 선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거처럼 말하길래 들어봤더니, 필자가 이미 10년 전 쯤 했던 것들(테스트 자동화, TDD)을 하고 있었다. 필자가 그 친구를 보며 내린 결론은 “아, 남의 글을 주의 깊게 안 읽는구나” 였다.

위의 공통점들 외에도 직무 커뮤니티 글들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글을 읽고 누군가 그에 대한 반응으로 답변, 댓글 등을 제공해야 한다면,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자신보다 해당 기술에 대해 잘 알거나, 해당 업무에 대해 경험이 많거나, 혹은 질문한 본인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직무 커뮤니티니까. 어디 공개 게시판이 아니잖아. 당연히 해당 직무의 선배들이 답변을 해준다고 생각해야 하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맞짱 토론을 하려고 든다. 필자 입장에선 지금의 젊은 세대의 그런 행동들은 참 이해하기 힘든 세대적 차이가 느껴진다.

필자도 이제 ‘기성세대’라는 위치가 되었으니 그들의 행동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되었나보다 싶어 ‘그들은 대체 왜 그럴까?’를 고민해봤다. 필자가 발견한 건 ‘메신저와 게임’이었다. 지금 20대, 30대 초반 세대들의 인생에는 처음부터 메신저라는 존재가 있었고, 그들은 평생 그곳에 글쓰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게 버릇이 되어 정식 글쓰기를 할 때도 자신들의 글쓰기 방식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또한 지금 20대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이라는 놀이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었고, 그 구조 안에서는 모두가 익명인 채로 실력만을 위주로 등급이 나누어지기 때문에 굳이 자기가 부탁하면서도 자세는 낮추거나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걸 잘하지 못하는 듯했다.

모든 20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런 특징을 보이는 이들은 메신저와 게임을 즐겼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필자 주변에는 독서를 즐기는 20대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대부분의 독서광들의 글쓰기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을 보자면 역량이 뛰어난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필자의 추측이 맞지 않을까 하는 강한 심증을 가지고 있다.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혹은 테스트(Testing)를 업으로 삼으려는 모든 신입사원에게 필자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품질보증이나 테스트를 업으로 삼으시면, 본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문서를 읽어야 하고, 접해야 하며, 또 본인 스스로 많은 문서를 생성해야 합니다. 본인의 글쓰기가 회사의 성과가 되기도 하며, 대부분의 경우 본인의 글쓰기 결과로 누군가와 의사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겁니다. 그러니 본인의 글쓰기 버릇을 점검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단점들을 고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커리어를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품질보증하시는 분들까지는 모르겠고) 테스팅 업무하실 분들에게 테스터로서 갖춰야 할, 그리고 꼭 알아야 할 글쓰기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볼까 한다. 테스터로서 작성할 버그 보고, 결과 보고 등과 관련된 글쓰기 팁을 좀 설명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맞춤법 교정기는 무료 제공되는 것이 많으니 꼭 사용하시기를 바란다. 대표적으로는 부산대의 맞춤법 검사기가 있다.


1편 끝. 2편에서 계속.


참고자료